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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생활들 - 내 나라를 떠나 사는 것의 새로움과 외로움에 대하여 (커버이미지)
해외생활들 - 내 나라를 떠나 사는 것의 새로움과 외로움에 대하여
  • 평점평점점평가없음
  • 저자이보현 지음 
  • 출판사꿈꾸는인생 
  • 출판일2022-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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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여행의 마음으로 왔다가
생활자의 시선을 갖게 된 순간들의 기록


‘해외’라는 말이 붙으면 왜 일단 설레는지 모르겠다. 코로나를 이유로 들기엔 머쓱하다. 시절과 상관없이 늘 그래 왔기 때문이다. 인터넷과 SNS에서 만나는 이국적인 풍경의 사진들에도 쉽게 마음을 뺏긴다. 불멍, 물멍 저리 가라다. 내 나라를 떠나 사는 게 어떤 건지도 모르면서 종종 해외생활을 꿈꾼다.
유럽 여행 중에 몇 번 불편한 경험을 했다. 거의 비슷한 패턴인데, 한 무리의 백인 남자들이 다가와 말을 걸거나 노래를 부르는 식이다. 반응을 했다간 곤란한 일이 생길 테니 조롱이나 모욕임을 알면서도 마치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양 늘 앞만 보고 걷는다. 한번은 숙소로 돌아와서야 참았던 숨을 몰아 내쉬며 친구와 웃었다. 그 상황에서 웃음이 나온 건 끝내 별일은 없었고, 무엇보다 단순한 해프닝이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여행 중이고, 며칠 있으면 내 나라로 돌아가니까. 그러니 그 같은 일이 적어도 당분간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일을 반복해서 겪는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내가 동양인이라는 사실 하나로 매일 지나는 길에서, 누구라도 나를 그렇게 대할 수 있다는 건 결코 웃을 수 없는 일이다. 집 밖을 나서는 일에 용기와 결단이 필요하고, 수치와 공포감을 털어낼 방법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스스로를 지켜 낼 수 있다. 이것이 여행과 생활의 차이이다.

어떠한 사건이 반복되면, 그것이 곧 생활이 된다. 해외여행에서는 하나의 해프닝으로 받아들여질 일이, 해외생활에서는 일상의 일부로 받아들여진다. … 해외여행자의 설렘으로 타국에 들어섰다. 하지만 해외생활은 해프닝이 아니라, 언제든 또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과 연속성을 지닌 사건들로 이루어진 것을 곧 알게 되었다. (p.13)

저자는 독일과 프랑스, 미국 등에서 십여 년을 살았다. 어느 면에선 내 나라보다 편하고, 언어와 인종을 넘어 마음을 나누는 친구도 여럿 있다. 물론 그렇게 되기까지 힘든 시간을 보냈다. 소수의 행패였지만 인종차별을 당하기도 하고, 언어의 장벽에 부딪혀 좌절감을 맛본 적도 많다. 응원과 신뢰를 보낸 이에게 배신도 당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고마운 이들이 곁에 있었다. 인종차별을 당한 저자에게 대신 사과하고, 어눌한 발음 속에 담긴 진심을 알아주며, 큰 사건에 휘말린 저자를 위해 발 벗고 나선 현지인 친구들, 그리고 한결같은 응원과 지지로 저자를 붙들어 준 가족들. 이 책은 그때 그 시절에 대한 생생한 증언이다. 다시 말하자면, 여행의 마음으로 왔다가 생활자의 시선을 갖게 된 순간들의 기록.

십 년이 넘는 시간을 작은 책 한 권에 담기란 어려운 일이다. 무수한 사건들을 추리고 정리하고 다듬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레 드러나는 건 저자가 꼭 말하고 싶은 무엇이다. 저자는 책의 시작 부분에서 이를 “이방인 감정 관리법”(p.13)이라고 명시한다. 그의 말대로 27개의 에피소드는 사람과 사람 사이, 도시와 사람 사이에서 생기는 감정과 그 감정을 다루어 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저자는 그 감정 관리법에 ‘이방인’이라는 전제를 붙였지만, 나는 내 나라에서 살아가는 이들에게도 도움이 된다고 느낀다. 두려움에 맞서는 법, 외로움을 이겨 내는 법, 나의 부족함을 받아들이는 법, 다름을 인정하는 법, 바닥을 친 스스로를 일으켜 세우는 법 모두 해외생활 경험의 유무와 상관없이 우리가 반드시 알아야 하는 것들이니 말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누군가는 해외생활을 꿈꾸거나 곧 다가올 해외생활을 준비하고, 해외생활 중인 누군가는 좌절과 극복 사이를 지나고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그들 스스로가 가장 든든한 ‘나의 지지자’가 되어 줄 수 있기를, 그들 곁에 좋은 친구가 꼭 한 명은 있기를 바란다. 저자가 책에 담은 바람도 결국 그것이 아닐까.

저자소개

이어령의 <폭포와 분수>를 고2 연합 모의고사에서 읽었다. 이문구의 <관촌수필>을 고3 수능 모의고사에서 만났다. 이 두 글은 수십 년째 끈질기게 글의 기억이란 이름으로 따라온다. 유학길 배낭에 이어령과 이문구의 책을 담으면서 든든한 스승을 모셔 가는 듯한 힘을 받았다.
유럽과 미국에서 십여 년의 해외생활을 하면서 책 속에 담긴 모국어는 언제든 물음에 답해 주는 멘토였다. 또 새로이 만난 외국어는 삶의 확장을 돕는 길을 넉넉히 일러주었다. 돌이켜 보면, 모국어와 외국어는 국제법과 환경법을 연구하는 과정에서도 인내심 강한 스승이었고, 때론 이방인에게 건네는 응원 가득한 위로였다.
모국어와 외국어 사이를 걸으며 몸에 들러붙었던 눈물과 사랑, 그리고 껴안은 말들에 대한 조심스럽지만 당당한 고백을 이 책에 담았다.

언어의 위로가 모두에게 전해지길 바라는 마음에 작은 서점을 열었다. 읽고 쓰며 가끔은 이방의 언어를 우리말로 옮기며 살고 있다.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했고, 이어 독일에서 국제법과 환경법을 공부했다. <해외생활들>을 썼고, <지금, 시간이 떠나요>를 우리말로 옮겼다.

목차

004 프롤로그



012 들어가기에 앞서

014 저마다의 해외생활이 있다

025 양념치킨이 알려 준 한국생활

030 오늘을 살게 하는 말

039 마음으로 듣는다는 것

048 J-2비자

055 우리만 알 수 있는 웃픈 포인트

060 우리는 노란 얼굴에 까만 머리

065 해외에서는 뭐든 크게 다가온다

070 잊지 않는 두 가지

073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금지어

079 눈뜨면 카페에 가는 이유

083 고향의 맛은 김치찌개? 아니, 새우깡!

089 젓가락 쓰지 마, 선배는 말했다

096 비의 기억 1

100 비의 기억 2

109 친구가 되는 순간

115 사랑하고 싶다면 마라톤과 복싱을

123 독일의 첫 기억은 책이다

132 punktlich

135 독일의 시간, 한국의 시간

140 내 아이의 이름

145 스몰 토크, 스타벅스 토크

149 토끼 인형을 찾아라

154 지금도 애증하는 외국어들아!

163 소소한 기억을 모아

173 가족이 모든 것의 이유였다



180 에필로그

한줄 서평